낙월옥량 落月屋梁




 하카제 카오루는 자신의 어두운 방에서 눈을 떴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 그리고 쿵쿵 거리는 심장소리. 이것의 원인은 필시 방금 꾼 꿈의 내용 때문이라.

 누군가가 자신의 귓가에 말을 흘려넣었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 하지만 누구인지 기억해내려 하면 할 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들려왔던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자신의 연인인 신카이 카나타에게 좋아한다, 또는 사랑한다고 말하면 카오루 자신은 사라져버린다는 것」과,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꿈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내용과 마지막에 들려온 웃음소리가 기분이 나빴다는 것뿐이다. 초등학생이나 생각해낼 법한 유치한 내용에 코웃음을 쳤다. 그렇지만 평소에 카나타에게 애정의 말을 자주 해주는 자신이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설마, 꿈일 뿐이겠지. 악몽이네, 유치한 악몽.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고는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아내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아, 잠에 서서히 빠져든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평화로운 주말인데도 자신의 잠을 깨우려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에게 신경질을 내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하카제에에에에!!!」

"뭐야, 모릿치였어?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전화를ㅡ"

「대체 언제 오는 건가아아아!!!」

"응…?"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미간이 찌푸려질 즈음, 달력이 걸려져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오늘 날짜를 찾았다.  그곳에는 볼펜으로 간결하게「모릿치와 학교.」라고 적혀져있었다. …그랬지 참. 모릿치가 라이브에 대해 상담할 게 있다면서 만나자고 했었지. 뒤늦게 상황파악을 마친 카오루는 서둘러 교복을 챙겨입었다. 준비를 하며 시계를 보니 만나기로 한 시간에서 30분이나 더 지난 시간이었다.


"미안, 지금 빨리 갈게."

「음! 기다리고 있겠다!」


 완전히 늦잠을 자버렸음에도 화를 내지 않고 기다려주겠다는 모릿치가 웬일로 고맙게 느껴졌다.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짤막한 인사를 던지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밖의 날씨는 겉옷을 걸치지 않으면 살짝 몸이 떨릴 정도로 서늘했다. 휴일에 카나타 군도 아니고 모릿치와 둘이서 만나다니~ 카나타 군도 부를 걸 그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니 어느덧 교문에 다다랐다. 바깥의 온도 때문에 차가워진 손을 겉옷 주머니에 넣고 분수대를 지나칠 때였다.


"…카오루?"


 자신을 부르는 느긋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잠시 걸음을 멈춰 분수대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분수대의 물에 몸을 담근 탓에 전신이 흠뻑 젖은 카나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나타 군!?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에헤헤, 「물고기 씨」들과 「산책」하고 있었답니다~♪"

"응, 물고기는 산책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런데, 카오루는 어째서 「학교」에 온 건가요?"


 어째 분수대에서 해양생물 인형이 둥둥 떠다닌다 했어. 유루캬라의 스트랩 같이 보이는 건 나한테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 같고.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던 카오루에게,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모릿치가 라이브 관련해서 상담하고 싶다는 게 있어서 말이야. 웬만해서는 만나지 않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계획서 같은 걸 봐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휴일에도 나오게 됐어. 아아, 귀찮네 정말~"

"「귀찮다」고 하면서도 치아키를 위해 나와주었네요. 카오루는「착한 아이」예요…♪"

"…카나타 군도 같이 갈래? 어차피 유성대와 관련된 일일테니까, 카나타 군도 가는 게 좋지 않겠어?"

"네에, 카오루가 그렇게 말한다면,「같이」가요……♪"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며 말을 마친 카나타는 서서히 물 밖으로 나왔다. 카나타의 몸에 흥건하게 젖어있던 물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짐과 동시에 추위를 품은 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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